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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박 [내란의 기록-외전] 스스로 지휘부를 체포한 경찰···오명을 벗을 방안은 그것뿐이었다

황준영
2025-12-13 21:07 34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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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박 일요일이던 지난해 12월8일 새벽 1시30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자진 출석했다. 이 소식을 들은 우종수 당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지휘부는 고민에 빠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6일 국수본 안보수사단을 중심으로 120여명 규모의 내란 혐의 전담팀을 꾸린 터였다. 경찰은 검찰에게는 없는 내란죄 수사권이 있었다. 또 김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이미 발부받았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은 검찰 간부와 통화한 뒤 경찰을 ‘패싱’하고 검찰에 자진출석했다. 경찰은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검찰에 핵심 피의자들을 뺏긴 셈이었다.
경찰은 ‘합동수사본부를 꾸리자’는 검찰의 제안을 거절하고 별도로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 검찰 출신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면서 검찰 수사본부에 합류하면 논란이 생길 수 있었다. 내란 혐의에 대한 직접 수사권도 경찰에만 있으니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할 이유가 없었다.
경찰은 다음날인 지난해 12월9일 개시하려던 김 전 장관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루 앞당겨 8일 오전에 시작했다. 김 전 장관의 휴대폰과 PC·노트북 등을 압수했다. 이어 박창환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장과 임경우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이충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장 등 30명을 추가로 투입해 특별수사단을 출범시켰다. 검찰에 선수를 빼앗기자 신속하게 조직 규모를 키웠다.
검·경의 다음 표적은 경찰 ‘투톱’이었다. ‘국회 봉쇄’를 지시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내란 수사의 핵심 피의자였다. 검찰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경찰은 내란 수사에 필수적인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경찰은 누구나 수사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경찰은 현직 지휘부인 이들을 조사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방안은 없었다.
12월9일 특수단은 첫 언론 브리핑을 열었다. 우 본부장은 ‘대통령도 수사할 수 있냐’는 질문에 “수사에 인적·물적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우 본부장은 “국수본이 내란죄의 수사 주체”라고도 말했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10일 오후 서울청 광역수사단과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에 각각 출석했다. 피고발인 자격이었다. 조사 초반부터 예상치 못한 진술이 나왔다. 조 청장이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김 전 장관, 김 서울경찰청장 등과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는 내용이었다. 그간 조 청장이 언론에 밝힌 입장과는 배치됐다. 조사 전까지 조 청장은 ‘용산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가 TV를 보고 계엄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해왔다. 계엄 직후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나 국회에서도 같은 발언을 했다.
조 청장의 거짓말이 드러나자 특수단 지휘부는 회의를 열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조 청장을 바로 긴급체포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단 귀가시킨 뒤 재조사를 통해 혐의를 구체화해 체포하자는 의견이 맞섰다.
추가 조사를 더 해야 한다는 이들은 안가 회동에 대한 진술만으로 내란죄 입증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했다. 섣불리 체포했다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오히려 수사에 차질이 생긴다는 우려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반면 특수단의 핵심인 안보수사단은 긴급체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증거 인멸 우려가 있고, 조 청장을 우선 귀가시킬 경우 바로 검찰에 체포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조 청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던 시점인 10일 늦은 밤, 법원이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검찰의 내란 혐의 수사권도 인정해줬다. ‘경찰공무원의 범죄’는 직접 수사 대상이라는 이유였다. 검찰이 경찰 수뇌부를 수사할 법적 근거를 확보했으니 경찰 지휘부의 마음은 더 급해졌다. 조 청장이 바로 검찰의 다음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의견이 충돌하던 이들 모두 자신이 속한 경찰이란 조직의 수장을 직접 체포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의견은 쉽게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결국 우 본부장이 체포 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은 11일 새벽 3시44분쯤 체포돼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했다.
긴급 체포 이후 특수단의 수사 속도는 빨라졌다.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 등 구체적 범죄 행위를 포착했다. 조 청장 체포 직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석요구서 작성과 불응 시 신청할 체포영장 초안도 미리 마련했다. 특수단이 실제로 직접 윤 전 대통령 체포에 나설 것도 검토했다는 뜻이다.
조 청장 체포 이후에는 구속이란 과제가 남았다. 이충섭 금수대장이 직접 조 청장을 조사했다. 조 청장을 설득해 윤 전 대통령과 5차례 비화폰으로 통화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비화폰 통화 기록은 조 청장 구속의 결정타였다. 또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에서 범죄사실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조 청장 구속 영장 청구와 함께 윤 전 대통령 체포 검토를 시작했다.
근거는 확보됐지만 문제는 남았다. 영장을 신청할 때 경쟁 관계였던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었다. 검찰은 이미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반려하고 자신들이 군검찰을 통해 직접 강제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특수단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통해 활로를 찾기로 했다. 이 금수대장은 12월9일부터 공수처 실무자와 접촉하고 있었다. 12월11일 경찰 특수단은 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와 협의해 검찰을 제외한 공조수사본부를 꾸리기로 했다. 공조본을 꾸린 이후 특수단은 김 전 장관의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고, 조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이후 특수단은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한편, 정보사령부가 비상계엄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특수단은 김 전 장관이 검찰에 자진 출석한 이후 벌인 압수수색에서 포착한 단서로 수사를 시작해 전·현직 정보사령관 등이 오랜 시간 비상계엄을 기획해왔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으로 관심을 모은 정보사 사조직인 ‘수사2단’의 실체와, 정치인을 체포하고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는 등 비상계엄의 전모가 담긴 ‘노상원 수첩’도 확보했다. 특수단은 지난해 12월15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특수단은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2차 체포영장 집행, 계엄 국무회의 CC(폐쇄회로)TV 확보 등 성과를 남기고 지난 6월 출범한 내란 특검에 사건을 넘겼다.
한 특수단 간부는 “6개월 이상 이어진 마라톤 같았던 시간이었는데 경찰의 수사력도 몇 단계 성장한 것 같다”며 “경찰이 그동안 크고 작은 전투를 수없이 치렀지만 ‘2차대전’을 치를 경험이 많지 않았는데, 내란 혐의라는 큰 전쟁을 겪으면서도 검찰에 밀리지 않고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전남농업기술원이 가을 무의 풍미와 감칠맛을 극대화한 식물성 ‘무 조미소스’를 선보이며 굴소스를 대체할 채식·비건용 조미소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조리 활용도와 건강성을 동시에 갖춘 지역 농산물 기반 제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남농업기술원은 11일 “무 특유의 맛 성분을 농축한 ‘무 농축액’을 핵심 소재로 한 다용도 식물성 조미소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무 조미소스는 기존 굴소스와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볶음·조림·국물 요리 등에 두루 쓰이도록 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인 무 농축액 제조기술은 무의 시원한 맛을 내는 식이황화합물 함량을 60배 높인 것이 특징이다. 감칠맛을 내는 유리아미노산도 1.3배 이상 증가시켰다. 단맛 성분은 자연 그대로 유지해 무 고유의 풍미와 천연 단맛을 그대로 살렸다는 설명이다.
무 농축액을 바탕으로 간장, 표고버섯 등 식물성 원료를 조화롭게 배합해 비건 식단은 물론 아이 반찬, 안주류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남농업기술원은 덮밥, 파스타, 어묵탕 등에 적용한 맞춤형 레시피북도 함께 제작해 소스 활용도를 높였다.
그동안 무 가공품은 김치·절임류 등에 편중돼 소비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무 소비 다변화와 부가가치 향상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전남농업기술원은 이번 기술 개발로 새로운 조미소스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었다고 보고 있다.
전남농업기술원은 앞으로 식품 가공업체와 협력해 기술 이전과 사업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김행란 전남농업기술원장은 “국내 조미소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건강과 지역 농산물 중심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번 무 조미소스는 지역 농산물의 새로운 활용 모델이자 건강한 식문화를 향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간경향] “쿠팡은 위기 대응 방식이 국내 다른 대기업들과 완전히 다르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한국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쿠팡 퇴직자 A씨)
사흘, 보름, 두 달….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드러난 이후 KT, SK텔레콤, 롯데카드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혹은 실질적 지배주주가 공개 사과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KT는 무단 소액결제 피해 사실을 공개한 지 이틀 만인 지난 9월 11일 김영섭 대표가 고개를 숙였다. SK텔레콤 고객 유심 정보 유출 사태는 4월 22일 공개됐고,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그다음 달 7일 공식 사과했다. 롯데카드 개인신용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조좌진 대표가 사과한 것은 9월 18일, 대주주인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것은 두 달이 지난 10월 14일이었다.
유출 규모가 3370만명에 이르러 ‘역대급’이라 불리는 쿠팡은 어떨까.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쿠팡Inc 이사회의 김범석 의장은 사과하지 않았다. 입장문도 없고, 국회가 증인으로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 “한국 법인에서 일어난 일은 제 책임”이라던 박대준 대표는 12월 10일 사임했다.
물론 다른 정보 유출 기업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은 초기 유심 교체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고, 유심을 제때 조달하지 못하면서 유심 교체가 지연됐다. KT는 악성코드 감염 사실을 알고도 이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등 늑장 대응했다. 롯데카드는 해킹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데다 보상안도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3사 모두 고객 정보를 다루면서 보안에 만전을 기하지 않았다. 기업의 사과로 달라진 건 없다.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는 출발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 책임자가 사과하면서 이 문제를 기업이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 문제가 현재 어떤 상황에 있고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지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효과는 있었다.
쿠팡은 차원이 달랐다. 쿠팡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좀처럼 체감하기 어렵다. 쿠팡은 사고를 최초 공지하며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됐다고 표현했다. 홈페이지 초기 화면의 사과문은 공지 이틀 만에 크리스마스 빅세일 광고로 바뀌었으며, ‘노출’을 ‘유출’로 바로잡으라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지시도 나흘이 지난 뒤에야 수용했다. 기자회견이나 브리핑 등을 열어 선제적으로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도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다룬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 기업”, “대한민국 정부를 우습게 본다”는 의원들 지적이 줄 이은 것도 이 때문이다.
쿠팡은 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쿠팡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지만 사실상 미국 기업이라는 점, 여론이나 정서보다 법적 또는 행정적 책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 달리 대체재가 없다는 자신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2월 2일 국회에서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긴급현안 질의가 열렸다. 박대준 쿠팡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사고 원인 등을 묻는 말에는 대체로 “조사 중”이라거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답변을 회피했다. 반복되는 답변에 “경찰 (조사) 핑계 대면서 빠져나가려고 한다. 경찰 조사는 범죄 여부를 가리는 것”(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라는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쿠팡 퇴직자들은 이를 쿠팡의 미국 DNA와 연관 지어 해석했다. A씨는 “미국은 연필 하나를 부러뜨려도 변호사가 재판하는 나라이지 않나. 거기선 내 책임이 명확한지 확인하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사과하는 순간 (법적) 책임을 인정한 거로 받아들인다. 일단 사과하고 보는 한국기업과 쿠팡이 정서적으로 다른 점이다. 쿠팡은 최고 경영자도 미국 사람이고, 기업 형태도 미국 기업에 가깝다”고 했다.
쿠팡 퇴사자 B씨도 “쿠팡이 ‘한국에서 돈만 벌면 된다’ 이런 태도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국내 기업과는 마인드셋이 달랐다. 여론과 정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별로 못 받았다. 그보다 ‘법적으로 잘못된 거 없으면’이 중요했다”고 했다. 회사의 위기관리 최우선 순위가 ‘법적 책임’에 맞춰져 있다는 얘기다. 실제 쿠팡은 변호사가 많은 회사다. 법무조직의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각 사업부서에도 사내 변호사들이 배치돼 담당 업무의 법률 검토를 상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도 이 같은 태도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대준 대표가 사임하면서 해럴드 로저스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이 쿠팡 임시 대표로 선임됐다. 로저스 대표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미국 변호사로 미국 본사에서 법무·위기 관리 등을 총괄했다.
쿠팡의 미진한 대처의 원인을 기업 지배구조에서 찾는 해석도 있다.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 기사들의 노동환경 등의 문제를 장기간 다뤄온 한 국회 보좌진은 “쿠팡CLS(쿠팡의 배송 자회사), 쿠팡CFS(쿠팡의 물류 자회사)는 쿠팡과는 독립된 법인이다. 그런데 논의를 하다 보면 쿠팡 본사에 귀속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자체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쿠팡 본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느냐가 남는데, 그것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국회에서 볼 때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국회 보좌진도 “대관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주요 의사결정 사항은 미국에 보고하는 것 같다. 지주사 컨펌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박대준 대표가 국회에 나와 “이번 일은 한국 법인에서 일어난 문제로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고 말했지만, 주요 의사 결정은 미국 모회사 쿠팡Inc를 통해 내려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2021년 한국 법인 의장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공식적으로는 한국 법인과 연결고리를 끊었다. 그러나 한국 법인의 지분 100%를 미국의 모회사 쿠팡Inc가 보유하고 있고, 김범석 의장은 쿠팡Inc의 의결권 74%를 가진 최대 주주다. 실제로 박대준 대표는 국회에서 김범석 의장 관련 질의에 유독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있고, 이 사태 이후 김범석 의장과 “직접 소통한 적도 있다”면서도, 김 의장이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듣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소극적 대응의 배경에 김 의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쿠팡의 전직 직원은 김 의장의 직접 개입이 없더라도 창업자가 조성한 기업문화가 여전히 쿠팡 내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봤다. 쿠팡은 이번 국회 현안 질의에서 관련 자료를 대부분 제출하지 않아 질타를 받았다. 예컨대 자체 보안 시스템 관련 자료나 규정을 제출하지 않았고, 대만·일본의 매출 규모 등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퇴직자 B씨는 “전년 대비 매출 등의 자료를 외부로 제공할라치면 김범석 의장이 ‘우리가 왜 알려줘야 하느냐, 아마존은 그렇게 안 합니다’라는 취지로 말하곤 했다. 그 태도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강한승 대표(전 쿠팡 한국 법인 공동대표·현 쿠팡Inc 북미사업개발 총괄), 강 대표를 증인 신청했더니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오더라고요. 좀 취소해달라, 연기해달라.”(2021년 10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송재호 민주당 의원)
“박대준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신청을 취소할 수 없느냐는 부탁도 있었고요. 또 회사 측에서 직접 양해를 구하기도 했고.”(지난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
“쿠팡 김범석 의장 같은 경우에는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서 제 사무실에 약간 협박성 문자까지 보냈습니다. 미국 시민권자인데 국회에서 불러도 되느냐는 뉘앙스로.”(지난 10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국회의원들조차 쿠팡 경영진을 국회 증언대에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김범석 의장은 여러 차례 국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단 한 번도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2016년에는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명단에서 빠지기도 했다. 아예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컨대 2023년 국감을 앞두고 쿠팡 배송 기사가 사망하면서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의견을 여러 의원이 반복적으로 개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주소지가 미국이라는 이유로 김 의장을 부르지 않고 대신 쿠팡CLS의 홍용준 대표를 증인으로 세우기로 양당 간사가 합의했다.
쿠팡 위기관리의 한 축이 ‘법무 경영’이라면 또 다른 축은 행정부·입법부를 상대로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하는 대관 업무다. 물류센터 등에서의 사망사고, 입점업체와의 공정거래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에 쿠팡 경영진은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었다. 쿠팡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직 국회 보좌진 등을 채용해 대관 업무를 맡겼다. 경향신문 디지털저널리즘팀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쿠팡은 퇴직공직자 18명을 채용했는데 이중 9명이 국회 출신이다. 박대준 대표가 국회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쿠팡에서 국회·정부 조직을 담당하는 대관 인력은 50명가량이다.
민주당의 한 보좌진은 “양당 모두 관리가 필요하니 양당 출신 보좌진들이 다 간다. 쿠팡은 인해전술이다. 올해 엄청 많이 영입했다. 쿠팡 입장을 적극적으로 방어를 하는 최전선에 대관들이 있다”고 했다. 한 전직 보좌진은 “의원실에서 쿠팡 관련 토론회를 하거나 자료를 냈을 때 정치권 주변에 있는 지인들이 ‘쿠팡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자료를 좀 구할 수 있느냐’고 연락 온 경우가 몇 번 있다. 이렇게 많이 작업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쿠팡의 대관 중심 경영을 두고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보다 문제의 확산을 막는 데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대관이 많은 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관을 쓰는 방식이 문제라고 본다. 대관이 국회나 시민사회나 노조의 의견을 들어서 입장을 전달하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도록 영향을 미쳐야 하는데 단순히 심부름만 하고, 설명만 하고, ‘몸빵’만 하려고 한다. 쿠팡이 그 많은 대관을 두고 사업을 확장하는 동안 국회나 정부, 시민사회, 소상공인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나”라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이탈 고객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체재가 없는 한국 상황에서 쿠팡 이탈은 쉽지 않으리라 본 것이다. 그러나 지난 12월 5일 기준 쿠팡의 이용자 수는 종전보다 180만명가량 줄어 예상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안팎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쿠팡이 보인 태도, 거기서 비롯된 고객들의 불신이 누적된 결과다. 국회는 12월 17일 쿠팡 청문회를 연다. 김 의장은 증언대에 모습을 드러낼까. 쿠팡은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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