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쇼핑몰 ‘그린란드 관세’까지 꺼내든 트럼프···대서양 동맹 전면전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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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에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내달 1일부터 10% 관세가 부과되며, 6월1일부터는 25%로 인상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8개국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며 군사 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했거나 파견 의사를 밝힌 나라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8개국이 “명확한 목적도 없이 그린란드로 향했다”며 “이런 위험한 게임을 벌이는 국가들은 감당할 수 없고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관세 부과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관세 조치는 그린란드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매입에 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유럽 국가들은 그린란드 병력 파견이 ‘북극 안보 강화’ 차원이라고 강조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를 자기 뜻에 반하는 움직임으로 규정하고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은 병력 파견은 북극 안보에 노력해야 한다는 미국 의견에 동의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 놀랐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꺼내 들면서 미국과 유럽이 앞서 합의한 무역협정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유럽연합(EU), 영국과 각각 무역협정을 맺고 EU산 수입품에 15%, 영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언급한 관세는 여기에 추가 인상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의 야곱 펑크 키르케고르 선임 연구원은 “이는 (지난해 미국·EU가 합의한) 턴베리 무역협정의 종식을 뜻하며 본격적인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무역 전쟁을 벌이느냐, 실제 전쟁에 돌입하느냐의 문제”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유럽 의회는 이번 조치로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자 오는 26일 예정된 턴베리 협정의 비준 절차를 미루겠다고 밝혔다. 유럽 의회 내 최대 정파인 유럽국민당(EPP) 만프레드 베버 대표는 “그린란드를 둘러싼 트럼프의 위협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공식 승인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해 체결된 협정으로 해소됐다고 여겨졌던 대서양 무역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 내에선 단일 경제권에 가까운 EU를 상대로 미국이 어떻게 개별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의문도 제기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가 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의 대통령 권한 범위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임박해 있어 이번 국면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동안 대응 수위를 조절해오던 유럽 각국 정상들도 이번 관세 위협에는 즉각 반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든 그린란드에서든 협박과 위협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관세 위협은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유럽은 단합해 조율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밖에도 “나토의 집단 안보를 추구하는 동맹에 대한 관세 부과는 완전히 잘못된 일”(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등 비판이 이어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관세 조치는) 대서양 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며 “유럽은 단결하고 협력해 주권 수호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대사들은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공동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유럽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테크기업 규제 강화 등 강력한 조치를 고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은 집단방위 차원에서 여전히 미국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적극적인 반격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그린란드와 덴마크 곳곳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선 수천명이 미 영사관을 향해 행진하며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 등 구호를 외쳤다. 경찰에 따르면 누크에서 열린 시위 중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시위에는 모든 연령대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AP는 전했다.
미국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했지만 정작 중국은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마련했다고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는 13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H200과 동급 및 하위 제품 등에 대한 중국·마카오 수출이 허가 심사 정책을 기존의 ‘거부 추정’에서 ‘사례별 심사’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온라인 관보를 통해 밝혔다.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H200의 대중국 수출이 공식 승인된 것이다.
수출은 까다로운 조건을 지켜야 가능하다. 수출업체는 해당 칩의 미국 내 물량이 충분하고, 국내 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수출 물량이 미국 내 최종 소비자로 향하는 물량의 50%를 넘어서도 안 된다. 수입업체는 BIS의 고객확인 절차를 완료해야 하며, 대상 칩에 대한 성능 테스트를 미국 내 독립기관에서 거쳐야 한다. 칩이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정부가 25%의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중국에 AI칩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H200급의 칩 수출 통제가 중국의 급속한 기술 발전을 견제하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다. 반면 미국 정치권의 대중 강경파들은 이 같은 결정이 미·중 기술 격차를 더 빠르게 좁히고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이용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중국은 정작 H200의 구매를 제한하는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은 대학 연구개발(R&D) 연구소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해당 칩 구매를 허용하는 지침을 일부 기술 기업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당초 H200을 구매하는 기업에 자국 AI 칩을 일정 비율로 함께 구매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더 강경한 통제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칩 활용보다 화웨이, 캠브리콘 등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결정으로 보인다고 디인포메이션은 전했다.
디인포메이션은 중국 당국이 ‘필요한 경우’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나 허용 범위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향후 미·중 관계 변화에 따라 조정의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 내에서는 칩 수입 통제 조치는 자국 기업의 기술 발전을 자극하기 위한 조치이므로 미·중관계 향배에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기술기업들은 지난달까지 약 2만7000 달러에 달하는 H200 칩을 200만 개 이상 주문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재고량인 70만 개를 넘어선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열린 CES(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H200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서울 정동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연 2026년 1월 정기회의에서는 인터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특히 신년인터뷰의 경우 질적으로는 뛰어났지만 횟수가 3회에 그쳐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의성을 고려해 K콘텐츠로 관심이 높아진 문화 분야, 빠르게 변화하는 인공지능(AI) 등에 관련된 인터뷰가 필요했다는 조언이 있었다. 퇴직연금 등 경제 관련 기사는 온라인에서 관련 사이트를 링크해둔다면 독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란 제안도 나왔다. 이날 정기회의에는 정연우 위원장(세명대 명예교수), 최정묵(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소장), 김소리(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오용석(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팀 팀장), 정은숙(도서출판 마음산책 대표), 김예희(다인세무회계 회계사) 위원이 참석했다. 김용 위원(한국교원대 종합교육연구원장)은 서면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정은숙 = 신년인터뷰라는 문패를 단 기사가 세 건이었는데, 종교 분야에서는 유흥식 교황청 장관 추기경, 외교 분야에서는 한반도 안보 전문가인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인터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유심히 본 것은 20세기 미국사를 연구한 게리 거스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인터뷰였다. 정치 질서가 부재한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왜 그런 행보를 보이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아쉬웠던 것은 신년인터뷰가 세 건으로 끝났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는 신년인터뷰가 한눈에 띄게 따로 편집이 되어 있지 않아 일일이 검색해야 했다. 경제 분야 인터뷰가 상·중·하로 나왔는데, 이들이 신년인터뷰와 연계된 것인지 별도 구성된 것인지 다소 혼란스러웠다. 문화 분야나 AI 관련 신년인터뷰를 특히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문학인 21명에 물었습니다 ‘AI와 동행하시겠습니까’>(2025년 12월30일자 1·20면)는 1면에다 별도로 한 면을 써서 기대가 컸다. AI와 출판계, 창작자, 문학인의 문제가 거의 다 담겨 있어 전체적인 이해에는 도움이 됐다. 아쉬운 점은 이미 AI를 활용한 출판이 이뤄지고 그것이 나날이 진전되고 있는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1명이라는 숫자가 다소 적게 느껴지는데 설문 대상을 더 늘려 깊이를 확보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1월1일자 경향 편집은 늘 호감이 가는데, 2026년 1면도 창간 80주년을 맞아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신문 이미지를 보여주며 ‘진실을 읽다, 세상을 잇다’라는 슬로건을 강조한 점도 좋았다. 다만 온라인에서 80주년 기획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니, 홈페이지 상단에 80주년 바와 아이콘은 있었지만 신문 1면에 나온 것 이상의 콘텐츠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아카이빙이 좀 더 잘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소리 = 2025년 12월22일자, 29일자 우울증을 겪은 여성 28명의 인터뷰 기사 <여성은 우울을 먹고 자란다>는 우울증이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에 걸쳐 지속된 과정이라는 점을 잘 보여줬다. 여성의 우울증 비율이 이렇게 높은지 몰랐는데,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드러냈다. 단순히 병원 치료를 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성혐오와 성차별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 점이 좋았다. 인터뷰에 통계를 적절히 배치해 설득력을 높였고, 많은 여성 독자들이 위안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 젠더연구단체 ‘이퀴문도’를 인터뷰한 <“맨박스에 갇힌 남성들, 자살 생각 더 많이 해”>(1월4일자)는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내용이라고 느꼈다. 남성들이 전통적인 남성성을 강요받고 있고, 그것이 자살 충동을 높인다는 것인데 남성들이 느끼는 위기와 박탈감이 역차별 때문이 아니라 가부장적 구조에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최근에 읽은 리처드 리브스의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는 여성들은 새로운 여성상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남성들은 새로운 남성상을 만들지 못해 여성혐오로 흐른다는 분석이 인상 깊었다. 이 기사도 그런 맥락에서 공감이 갔다. 대안적 남성성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 예를 들면 좋은 연인이나 좋은 남편, 탈가부장 문화를 실천하는 남성을 발굴해 보도해주면 좋겠다.
오용석 = 지난달 경향신문 보도를 쭉 보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관련 기사가 꽤 많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후변화 대응 체제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이어지고 있는데, 2025년 12월은 딱 10주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12월15일자에 <파리협정 10년, 세계는 느리지만 변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기후위기 맞선 태평양 청년들>, 그리고 <[여적]파리협정 10년>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좋았다. 특히 남태평양 청년들처럼 기후위기의 직접적 피해자를 다룬 점에서 경향신문다운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여적]에서는 파리협정 10년을 매우 압축적으로 정리하며, 국제사회의 느린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당면한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잘 보여줬다. 다만 “느리지만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한국의 이행 수준을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후속 보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핫한 기후행동 소득앱, 일주일간 직접 써보니>(12월3일자)는 기자가 직접 참여한 기사로 구체적이고 공감하기 쉬웠다. 기후 정책은 에너지 정책이나 산업 정책처럼 어렵고 멀게 느껴지기 쉬운데, 이를 일상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탄소중립포인트제는 중앙정부에서 운영하고, 지방정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정책들도 있어서 복잡한데 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기사도 시도해볼 만하다고 본다.
■신년기획
인터뷰 3건 질적으로 뛰어났지만K콘텐츠 등 관심 큰 이슈는 빠져
슬로건 ‘진실을 읽다, 세상을 잇다’1월1일자 1면 편집으로 눈길 잡아
홈피에 창간 80주년 바·아이콘 외신문 1면 나온 것 이상 콘텐츠 부족아카이빙이 좀 더 잘되었으면 해
■쿠팡 사태·노동
쿠팡 사태 관련 보도 많은 반면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 적어노동자 과로·탈세 등 부각했어야
‘탈팡 확산’ ‘탈팡족’ 관련 보도는소비자·기업들 대응 잘 보여줘
■인공지능
올해 가장 압도적인 주제 될 AI현황보다 근본적 문제 다뤄주길독자 참여형 기사도 시도해볼 만
‘탈팡 확산’ ‘탈팡족’ 관련 보도는소비자·기업들 대응 잘 보여줘
기획 시리즈 ‘AI에 교육을 먹이면’열흘 이상 간격으로 실려 ‘옥에 티’
■칼럼·사진
이상헌 칼럼 ‘낡은 문장에서…’지인들 사이 회자되어 인상적
이주노동자 가족 오체투지 담은‘금주의 B컷’ 강렬한 메시지 던져
김예희 = <잠든 퇴직연금 1309억원, 잊지 말고 찾아가세요>(12월3일자)가 인상 깊었다. 노동자들이 자기 명의로 금융사에 가면 사업자의 폐업·도산 등으로 제때 수령하지 못한 퇴직연금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사만 읽어도 직접 실행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는 기사다. 쿠팡 관련 보도가 매우 많았다. <국세청, 쿠팡 미 본사 탈세 의혹 겨눈다>(12월22일자)는 쿠팡의 문제인 노동자 과로, 탈세,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국세청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지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전반적인 맥락을 모르는 독자에게는 개별 사안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들 수 있어, 조사 배경과 맥락을 조금 더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량에 죽고 사는 노동자, 그만둬도 갈 곳이 없어요>(12월17일자)는 쿠팡 문제와 해결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시세보다 약간 높은 보수를 미끼로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 이를 금지하면 오히려 더 나은 일자리가 없다는 현실까지 함께 다뤄 설득력이 있었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근로기준법 안으로 포섭해야 한다는 결론도 명확했다.
김소리 = 제 주변에서 반응이 특히 좋았던 칼럼이 12월24일자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의 <낡은 문장에서 해방되려면>이었다. 지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걸 보고 인상 깊어서 언급한다.
최정묵 = 올해는 AI가 압도적인 주제가 될 것 같다. 각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은데,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는 시도가 필요하다. 자본은 늘 새로운 짝을 만나 몸집을 불려왔는데, AI도 그런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칼 폴라니의 저서 <거대한 전환>을 보면 화폐, 노동, 토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제 데이터도 ‘허구적 상품’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아직 찾지 않은 미청구 퇴직금 문제는 금융감독원과 협업해 클릭 한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면, 문제를 제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결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독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사 형식도 가능할 것 같아 제안해본다. 경향신문이 중대범죄수사청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보도를 했는데 양과 깊이가 모두 확보됐다고 느꼈다. 다만 이런 제도 변화가 시민의 형사사법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조금 더 다뤄줬다면 독자들이 “이게 내 이야기구나” 하고 더 몰입했을 것 같다. 신년기획인 <신문 역할 ‘권력감시·비판’ 40%…불신 이유 ‘정치편향’ 57%>(1월3일자)는 국민이 언론에 요구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명징하게 보여줬다. 결론적으로 경향신문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어떤 지점에서 언론을 불신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취재와 검증 과정 자체를 드러내는 방식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 기사는 이렇게 출발했고, 이런 과정을 거쳐 나왔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경향신문의 원칙을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정연우 = 정효진 기자의 <[금주의 B컷]시간이 가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12월3일자)은 이주노동자 가족들이 오체투지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기사다. 지난해 10월 정부의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뚜안에 대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가족의 절박함이 사진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수백건의 기사보다 더 강력하게 당시의 참혹함과 비인간성을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쿠팡 보도는 양적으로 많았지만, 여전히 정책적 해법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편법이나 수사, 개별 사건을 다루는 데 그치지 말고, 왜 이런 반사회적 경영이 반복되는지 구조적으로 더 파고들 필요가 있다. 전병역 에디터의 칼럼 <폭주하는 것들은 이유가 있다>(12월12일자), <소상공인 옥죄는 장터, 노동자 쥐어짜는 일터…쿠팡 초고속 성장의 ‘역설’>(12월17일자)은 그런 지점을 잘 짚었다고 본다. 이제는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결국은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편리함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정의로운 소비를 선택하는 시민의 전환을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기사가 있었으면 한다. <쏟아지는 ‘탈팡족’ 줍줍 찬스…e커머스, 새 멤버십 출시 등 분주>(12월10일자), <탈팡하는 김에 소비습관 점검까지?…‘쿠팡 가두리’ 대안 찾는 소비자들>(1월6일자), <‘탈팡’ 확산…e커머스 ‘쇼핑 노마드’ 잡아라>(1월6일자)처럼 소비자 대응과 경쟁 기업의 움직임을 보여준 기사들은 의미 있었다. 여기에 더해 해외에서는 시민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윤리 기준을 어떻게 세웠는지 비교해 보여주면 좋겠다. 2026년 1월1일자 사설 <서울의 답은 서울 밖에 있다>, 1월2일 사설 <‘지방주도 성장’ 앞세운 대통령 신년사, 이번엔 꼭 성과 내야> 등에서 지방분권을 강조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처럼 충분한 공론화 없이 정치 이벤트처럼 추진되는 사례들이 보인다. <[정동칼럼] ‘대충 통합’ 말고 ‘용인’부터>(12월22일자), <대전충남 초광역화, ‘좋은’ 전략인가>(12월28일자) 등의 칼럼은 현실적인 문제를 잘 짚었다. 1월13일자 <5극3특 개문발차 혼란 막으려면>도 마찬가지다. 자원 배분, 인프라, 재정 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예능계의 포식자가 된 넷플릭스…적수 사라지나>(12월23일자) 기사에서는 ‘공중파’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정확한 용어는 ‘지상파’라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김용 = 기획은 12월10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대학의 AI 활용과 초중등학교에서의 활용 실태 등을 지적했다. AI가 새 정부의, 나아가 많은 사람들의 화두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매우 시의적절했다. 앞으로도 관련 기사나 의견을 더 많이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두 편의 기획 기사가 열흘 이상 간격을 두고 실린 점이 아쉬웠다. 청소년 SNS 금지 관련 12월10일자 <호주 ‘청소년 SNS금지법’ 찬반 논란 계속…전면 금지가 해결책 될 수 있을까?>는 호주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SNS 사용을 금지했다는 사실을 전했고, 열흘 뒤인 20일자 <“내가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호주가 쏘아올린 ‘미성년 SNS 금지’>는 호주 정부의 금지 조치 이후 청소년들이 더 은밀한 방식으로 SNS를 활용하는 사례, 호주 외 다른 국가의 청소년 SNS 정책 동향, 호주 정부 결정에 대한 찬반 의견을 폭넓게 소개해주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20일자 기사는 SNS 금지 정책 시행 직후에 관찰된 것만을 대상으로 전하는데, 올 하반기 무렵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소개해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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